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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혼혈&하얀별

with 백수지망생 @I_want_Beagsu

 “쨍그랑-”

 금화 두 개. 생전 처음 보았던 반짝임은 굶주린 손에 주어졌다. 살기 위하여 처음 보는 이에게 자식을 팔아넘긴 부모에게 죄를 묻는다면, 그것은 기근飢饉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 어린 나이였으나 결코 자신이 팔려간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그러니 첫 만남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거짓말이지. 아무리 시간이 지났어도 어떤 순간들은 평생동안 남아 잊혀지지 않았으므로.

 

 “가자. 아버지라 불러도 된다. 만일 네가 성공한다면.”

 

 예. 그 대답은 본능적인 두려움에 나오지 못하고, 작은 끄덕거림만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애초에 대답을 기대하지도 않았는지 뒤를 돌아보지도 않았다. 입고 있던 옷 대신 새 옷을 건네며 입으라고 말하기 전까지 말이다. 하얀 가면을 쓴 채 가만히 내려다보는 눈동자는 무감정하기만 하다. 무엇도 관심을 끌 수 없다는 듯, 영원을 가로질러 끝내 비산飛散하는 눈빛. 그런 시선의 아래에서 어린 아이는 순종을 택했다.

 이윽고 스스로의 의지로는 빠져나올 수 없는 굴레에 갇혀 어둠 속에 묶이고, 감히 도망치려는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상태로 헤아릴 수 없는 나날들을 버텨야했다. 이름을 잊어버리기엔 충분한 시간. 이전에 있었던 언어는 지금의 자신을 정의하지 못했다. 누군가는 키메라라고 부르며, 혹은 용혼혈이라고 불렀다. 입가에 묻혀진 심장의 갯수만큼 성장을 거듭하였으나 완전히 성공하진 못했으니.

 

 “그렇게 공을 들였는데 실패라니.”

 

 어둠에 익숙해진 눈으로 마주한 얼굴은 변화를 겪고 있었다. 다만 심해처럼 한 치 앞도 읽어낼 수 없는 목소리가 하얀별임을 알아볼 수 있게 만들었다.

 아버지. 차마 내뱉어지지 못하는 음성이 물을 머금은 듯 입안을 맴돈다. 아마도 이 말을 당신이 들을 날이 있을까. 두 번 다시 없을지도 몰라. 내가 기나긴 시간 속에 묶여 벗어나지 못했던 것처럼.

 

 “아버지.”

 

 지금 내 눈앞의 당신이 겪고 있는 죽음이 그 시간들에 대한 보답은 되진 않겠지만. 훗날에서야 지니게 된 몸이 완전한 존재는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당신이 그토록 만들고자 했던 용이 되었다고. 언젠가 이 말을 할 수 있는 순간을 한 번이라도 바라본 적이 있다고. 갇혀있던 날들 속에서 미움과 원망이 무뎌져 흘러내리고- 오로지 간절함만이 남아 죽음을 지켜보게 되었노라고. 내가 겪었던 괴로움과 몇 천년에 걸쳐서 앗아간 목숨들이 지은 죄를 판단하리라는걸 모르지 않아. 나 역시도 마찬가지라는걸 알아서.

 

 우리의 결말이 좋아서는 안 되겠지요, 아버지.

 단 한 번도 사랑한 적 없으나 지금의 나를 만든건 당신이니까. 그렇게 염원念願했던 것들을 이루지 못하고 짊어진 채로 대가를 치러야할 테지요.

 부디 영원한 안식에서 벗어나 영원의 유폐에 갇히길 바랍니다. 우리 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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