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조
위티라 / 아치 / 파세톤 / 클로페
with 유티아 @moon_shine12
논쟁
“아니, 내가 이때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어떻게 내 이야기는 이렇게 쏙 빼놓을 수가 있지? 이거 대체 누가 쓴 거야?”
“아아, 이 부분은 지나치게 축소되었군요. 이 부분은 좀 더 자세히, 섬세하게 서술되어야 할 것 같은데.”
위티라는 지금 눈앞의 이 상황을 얼른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저들이 왜 한데 머리를 맞대고 아웅다웅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게다가, 하는 말을 자세히 들어보니 서로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이어지는 부분 하나 없는 것이, 각자 허공에다 대고 외치는 것 같아 보였다.
위티라는 그런 두 사람을 난처한 얼굴로 보며 어색하게 웃고 있는 파세톤을 돌아보았다. 그가 말리기에는 무리였던 모양이다. 위티라는 두 사람을 가리키며 물었다.
“쟤들 지금 뭐 하는 거야?”
“아, 이걸 읽었거든요.”
짧게 헛웃음을 터뜨리던 파세톤은 제 무릎 위에 얹어 두었던 책을 살짝 들어 올리며 말했다. 위티라는 표지에 멋들어지게 새겨진 제목을 읽었다. <방패공자 이야기>. 그러고 보니 비슷한 제목의 책을 이미 엄청 많이 봤다.
최근 케일 헤니투스에 대한 이야기들이 책으로 엮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한 번 나오기 시작하니 걷잡을 수 없이 쏟아져, 여러 가지 버전의 책이 족히 수백 권은 나왔다고 들었다.
그런데 그 중의 한 권이, 아니, 저쪽에서 의미 없는 논쟁을 하는 둘의 몫까지 합하면 세 권이나 여기에 있다니. 파세톤의 말에 의하면 이건 클로페가 가져왔다고 한다. 심지어 그는 아마 클로페의 서재에는 또 다른 수백 권의 책이 전부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추측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클로페가 줄줄 읊어댔던 사견을 들어보면 충분히 그럴 만 하다고 덧붙이면서.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아치도 책 한 권을 들고서 저러고 있는 모양이었다. 저 녀석이 저렇게 열성적으로 책을 읽을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위티라는 대체 어떤 표정을 지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이 아수라장을 돌아보았다.
“케일님의 행보는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오랫동안 이 이야기들이 전승되고, 곧 전설이 되겠지요.”
“적어도 내 분량은 제대로 챙겨줬으면 좋겠단 말이지. 그냥 뭉뚱그려서 넘어갈 일들이 아니었잖아?”
아치는 툴툴거리면서도 열심히 책장을 넘겼다. 나름대로 재미가 있는 모양이다. 저러다 둘이 의기투합해서 아예 새 책을 직접 만들지도 모르겠다. 언젠간 정말로 그런 짓을 벌일지라도, 지금 이 자리에서는 곤란하다. 위티라는 지금이라도 나서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그런 이야기나 나눌 때가 아니잖아. 안 갈 거야?”
“아니, 그래도 이 책이 아무리 봐도 좀 너무해서…….”
아치는 무어라 반박해보려다가, 위티라의 매서운 눈빛에 금세 기가 죽었다. 반면에 클로페는 산뜻하게 책을 덮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 전까지 열변을 토하던 사람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준비가 됐으면 이만 출발 할까요?”
“아, 좀 더 보고 싶은데. 얼마 안 남았고…….”
“어차피 다 아는 이야기인데 굳이 읽을 필요가 있나?”
하긴, 그것도 그러네. 위티라의 지적에야 미련을 완전히 털어낸 듯, 아치도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클로페는 어쩐지 불안하게까지 느껴지는 웃음을 그려냈다.
“자, 그럼 이제 다음 이야기를 만들러 갑시다.”
여전히 참 이상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이야기라거나, 전설이라는 표현도. 그래도 케일 헤니투스의 행보가 곧 전설이 되리라는 것은 동의했다. 그의 곁에서 함께 싸우고 있는 입장에서는 더욱 더 확실하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이야기 바깥으로 걸음을 옮겼다.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 나가야 할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