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쉐리트
with 럽온탑 @ontop_fn
“나는- 라온 미르다.”
라온에게 이름은 삶과 같았다. 즐거운 용으로, 그리 살렴. 이름이 붙은 순간부터 라온의 삶은 환희로 가득차고, 어둠은 더 이상 그리 무서운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라온은 지금 이 순간에 마주했다. 이름을 부르고, 그 소리를 심장에 가득 새겨 처음으로 백룡을 마주했다. 자신과 지극히 다른 색을 가지고 있었지만 라온은 알 수 있었다. 저 존재야말로 자신의 시작이었음을. 그것을 마음으로 깨닫자 심장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윽고 찾아온 감정은 부정이었다. 이곳에 어둠은 없었고, 오히려 질식할 정도의 빛은 가득했다. 그래서인지 라온은 자신이 마주보고 있는 존재가 더없이 현실감 없어 보였다. 더군다나 어렴풋하게 느껴지기로 그 존재는 실재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누구인가? 실재가 아니다한들 존재는 분명히 라온의 눈앞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눈을 돌려도 벗어날 수 없는 진리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만큼이나 백룡은 빛나고 있었다. 위대한 용 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존재. 그런 이해하기조차 어려운 단어의 속박에서 벗어나 라온은 눈앞의 존재를 다시 한 번 바라봤다. 다른 이들을 처음 만난 때와 달리 너무 많은 감정들이 넘치려 했다. 라온은 어쩐지 그것이 두려웠다. 앞으로 자신이 알게 될 사실들도 두려웠고, 그것들이 입 밖으로 흘러나오는 방식도 겁이 났다.
“그래. 네 이름이 라온 미르구나. 좋은 이름이야.”
다만 그 따스하고도 다정한 목소리를 듣고 난 뒤에, 그 목소리가 얼마나 오랜 시간을 기다려왔음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게 된 뒤에.
라온은 자신이 지금을 위해 존재해왔을 지도 모른다고, 아주 미약하게나마 생각하게 되었다.